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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여행기1]티아레(Tiare) 꽃향기의 섬-유금호

티아레(Tiare) 꽃향기의 섬, Tahiti.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Tahiti의 정식 명칭이다.

폴. 고갱이 원시 자연의 매혹에 빠져 여생을 보낸 곳, S.모옴의 단편‘rain'의 배경이 되었던 곳. 그런 추상적인 이미지로 호기심을 충동질해 온 땅이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도쿄까지 3시간, ‘타히티’ 항공으로 다시 12시간의 여정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새벽 4시부터 서둘러 가방을 꾸려 도심공항으로 나가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셔틀버스를 탔다.

평소 1시간 반 정도 걸리던 공항까지 시간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도쿄까지 KAL편은 그대로 견딜만했는데, 도쿄에서 바꾸어 탄 ‘타히티 누이(NUI:크다는 뜻)항공’은 일본 신혼여행 커플들로 그야말로 만석. 다리를 펼 수 없는 비좁은 이코노미석의 열 두 시간은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했다.

장거리 여행 때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시간’의 혼란.

분명 17일 새벽 집을 나섰고, 3시간의 비행, 다시 12시간의 비행, 거기에 인천과 도쿄 공항의 시간도 상당한데 타히티에 도착했을 때 왜 다시 17일 아침일까 하는 것이다.

남반구로의 이동에 동쪽 날짜변경선을 넘은 것과 실제 느끼는 시간의 괴리.


비행기에서 서울에서 입고 온 겉옷을 가방에 구겨 넣고 반팔 셔츠로 갈아입었는데도 공항에 내리면서 훅 밀려드는 열기가 아, 남쪽으로 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시골 완행열차 간이역이 연상되었다면 과장일까.

‘수도 ’파페에테‘의 ‘파’ 공항.



공항에 내리면서 환영의 ‘티아레꽃’을 받으며’

승객들에게 환영의 표시로 공항 입구에서 타히티의 상징인 '티아레‘라는 이름의 강렬한 향기의 흰색 꽃을 귓바퀴에 꽂아준다.

치자 꽃 비슷한, 그러면서 치자꽃과는 다른 강하고 맑은 향기의 이 꽃은 타히티에 머물면서 어디에서나 눈에 띄었다. 후에 알았지만 꽃을 귀 바퀴에 꽂는 것도 미혼은 오른 쪽, 기혼자는 왼쪽에 꽂아야 된다. 레이스를 만들어 목에 걸기도 하고 관을 만들어 머리에 얹기도 하는 이 꽃의 강한 향기가 곧바로 타히티의 상징.

그러고 보니 비행기 날개에도 이 꽃이 그려 있었고 승무원들의 유니폼 가슴에도 이 꽃이 수 놓여 있었다. 숫자가 다른 것은 아마 회사 내의 서열 표시인 듯했다.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수평선 부근은 산호초가 띠를 두르고 있어서 파도를 막아주어 안 쪽 해안은 물결이 잔잔하다. 그 잔잔한 바다 색깔이 산호초와 조화를 이루면서 내는 무지개 색깔은 환상적이었다.

1842년 프랑스 보호령, 1880년 프랑스 식민지. 지금은 프랑스령 해외자치령.

인구는 16만 여명, 그 중 3분의 2가 폴리네시아 인이지만 일부 프랑스 인들과 초기 인부들로 입국했던 중국인 후손들이 약간, 세계 곳곳 한국인이 뿌리내리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데 신기하게도 공식적인 한국인 거주자가 없는 곳.

내 상상 속에서의 타히티는 프랑스와의 연관이 없었다.

그러나 공항 입국장부터 프랑스인과 EU국가 승객들 입국심사 통로와 기타국가 승객들의 통로가 2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폴 고갱이 대단한 원시적 공간을 찾아 나선 줄 알았는데 기껏 자기나라 식민지 구석에 머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숙소 부근

숙소로 정한 ‘Radisson Plaja 리조트’는 다운타운에서 한 10분쯤, 해안을 내려다보고 있어서 아름다웠다.‘

거리와 숙소 주변 어디에서나 코코넛 야자나무와 용설란, 판다누스, ‘하와이 무궁화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히비스커스’가 지천이어서 열대의 남국에 왔다는 느낌을 준다.



강렬한 남국의 색깔들

‘히비스커스’도 빨강만이 아니라 노랗게 꽃을 피우는 녀석들도 많았는데 대개 생울타리 용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이곳의 상징인 ‘티아레’ 나무 역시 공원이나 정원 어디에서나 진녹색 잎 사이에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열매를 구우면 빵 맛이 나는 빵 나무 ‘우루(Uru)' 역시 흔했다.

사실은 조금 떨어진 남태평양의 진주로 불리는 바로 곁에 붙은 ‘Bora Bora' 섬의 물 위에 지어진 숙소에서 하루라도 머물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비용과 시간 때문에 ‘Bora Bora’와 ‘Morea’ 섬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마침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어서 저녁에 숙소 잔디밭에서 민속공연을 구경하는 행운도 있었다.



민속공연이 끝나고 아들 ‘병우’와

그 저녁 시간에 스콜도 두 차례.

맑았던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져 공연까지 지연시켰는데, 금방 다시 맑아져 별이 보였고, 공연이 끝난 후 잠자리에서 별들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다시 우레와 번개에 20여분 억수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 빗줄기 속에서 ‘S. 모옴’의 ‘Rain' 생각을 떠 올렸다.

비에 갇혀 항해를 중단한 채 섬에 갇힌 몇 인물들, 일행들이 존경했던 목사의 자살시체가 모래밭에 밀려오고, 일행의 경멸을 받았던 창녀가 시체 곁, 모래 위에 ’pig'라고 쓰는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을 테라스 아래를 으르렁대며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떠올려 보는 밤이었다.,


소설가 유금호님의 남태평양의 여행기를 여기에 옮겨 둡니다.
출처: http://www.yookeumho.com/bullet.htm

  20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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