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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지식인은 누가 가리나

짝퉁 지식인은 누가 가리나  
출처/날짜 세계일보 : 07/08/13  관련분야 대학  관련홈페이지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학에 가면 이 대학 설립자인 존 하버드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실물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소박한 이 동상은 하버드대 방문자들이 꼭 둘러보는 명물이다.

앉은자세로 편안하게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구리빛 동상을 살펴보면 왼쪽 구두코 부분이 다른 곳과 달리 금빛으로 반질반질 윤이 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동상 왼쪽 발을 만지면 하버드대에 올 수 있다’는 속설을 믿고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자녀들에게 동상을 만지게 했기 때문이란다. 한국 사람의 유별난 ‘학벌숭배’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다.

한국 사회의 일류대학, 일류병은 미국 사회에서도 비판과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코네티컷주 레이크빌 소재 한 고교에서 열린 국제학생 지도교사 정기세미나에서는 한국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과 치맛바람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미국인 교사들은 “한국 유학생 학부모들은 자녀의 적성이나 장래 진로를 고려치 않고 하버드대 입학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개탄했다고 한다.

최근 잇따라 터진 국내 유명인사들의 학력 진위 논란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광주 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정됐던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는 한국을 국제적인 망신거리로 만들었다. 유명 인테리어 전문가인 이창하 김천과학대 교수와 국내 공연예술학 1호박사인 김옥랑 단국대 교수의 연이은 학위 논란은 큰 충격파를 던졌다. ‘웃음 전도사’라는 정덕희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는 허위학력 파문으로 웃음을 잃었다.

급기야 사정기관인 검찰이 가짜·허위문화 추방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올 연말까지 전국 13개 주요 지방검찰청의 특별수사 전담부서에 ‘신뢰 인프라 교란사범 단속 전담반’을 편성해 학위·자격증·국내외 인증 등 3개 분야를 집중 단속키로 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의 특명에 따른 것이다. 정 총장은 “우리 사회가 변했는데 지식인 사회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짝퉁명품’이 유행하니 ‘짝퉁지식’이 성행한다”며 새로운 발상으로 이를 살펴볼 것을 검사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나 대형 비리사건을 전담수사하는 대검 중수부와 검찰 특수부가 일상적인 형사부 사건에 동원됐다. 서울시교육청도 4만여명에 이르는 서울시내 모든 학원 강사를 상대로 학력 위·변조 조사에 나섰다. 유례가 없는 대대적인 가짜 색출작업이다.

그러나 검찰의 캠페인성 수사가 우리 사회에 비주류와 아웃사이더의 설자리를 없애고 ‘실력보다는 학벌’이라는 간판숭배 현상을 더욱 조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유명인들의 가짜행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시성 학력 뻥튀기나 사소한 흠집까지 잡아내는 ‘마녀사냥’식 조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전문분야에서 실력은 본질이고 학위와 자격증은 겉치레일 뿐이다. 학력 핸디캡을 고백한 이현세씨는 그가 대학을 중퇴했건 고졸이건 간에 이 시대 최고의 만화가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씨는 학력이 논란되자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눈물을 보였다지만, 그는 최근 SF영화 ‘디 워’의 대박으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고위인사는 타이틀만 보고 인선을 했다가 실망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학벌만 한국 최고지 실력이나 인품은 거품인 경우, 심지어는 비정상적인 인물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최고수사기관인 검찰이 나섰으니 가면을 쓴 유명인사들의 맨얼굴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학력과 간판만 일류이고 실력과 인품은 허상인 수많은 짝퉁 정치인·지식인·예술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들의 진면목은 누가 가려낼
것인가.

홍성일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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