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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님이 보내온 "9월의 편지"


9월의 편지


지난 8월은 잔인했습니다.
너무 더워서 그랬고, 이런 저런 행사가 많아서 그랬습니다. 여여하신지요?
성산 일출봉이 내다보이는 학교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더위 때문인지 일출봉도 잔뜩 찌푸린 얼굴입니다. 일출봉이 저러할진대 타 들어가는 농심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다음 주 초반에는 태풍 나비가 상륙할 예정이라는 일기예보가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아야겠습니다.

지난달은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중앙민예총 사업이 연거푸 두 건이 제주에서 있었고, 함덕리 한모살 문화학교 업무협약을 비롯하여 특별자치도 문화예술 관련 세미나도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민요패 신나락은 불볕더위 속에서 제주도 오일장을 돌면서 공연이 있었고, 놀이패 한라산은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문화배움터 사업을 수행하기도 했지요.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미국 뉴올리안즈를 덮친 카트리나에 대한 뉴스를 접하다가, 참 희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야 억장이 무너지겠지만,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최첨단 과학 문명을 과시하는 미국이 엄청난 자연의 재앙 앞에서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더라는 겁니다. 제가 ‘희한하다’라고 얘기하는 건 태풍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미국이 보여준 모습입니다. 실종자가 몇 명인지, 몇 명이 수재로 인해 목숨을 잃었는지 감감하다는 겁니다. 더 희한한 건 불난 집에 부채질도 유분수지 그 수해의 현장에서 약탈과 노략질로 인해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감히 대자연과 맞짱을 뜨면서 초고속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거대 공룡의 추한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일본 속의 또 하나의 조국 ‘우토로’를 생각합니다.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이제는 일본으로부터 버림받고 우리 정부로부터도 어떠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합니다. 일본돈으로 5억엔이면 우토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여러 곳에서 우토로를 살리자는 취지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우리 제주민예총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동참을 해야 하지 않겠는지요. 분과별로 이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하지요. 구본주라는 조각가가 있습니다. 작년엔가 교통사고로 졸지에 유명을 달리했는데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은 그를 일용직 노동자로 분류하여 보험금액을 산출했다 합니다. 예술가와 일용직 노동자... 물론 예술도 노동입니다. 허나 예술가는 예술가이지요. 대통령과 언론을 쥐락펴락하는 삼성에 대한 분노가 서울에서부터 점점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합니다. ‘구본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절박함 때문이겠지요. 또한 미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 전반에 관한 문제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괜히 딱딱해졌습니다. 그냥 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었지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해서...
한가위가 저만치 오고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라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이만 접습니다. 이만 총총.

2005년 9월 3일

성산에서

김수열 드림

추신 : 저는 내일 벌초하러 갑니다.


*** 김수열님은 시인이며, 제주민예총의 회장님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200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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