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com to munsarang

문화인의 사랑방                                                                                                 Home   e-mail   Site-map

                                                 





 


문사랑닷컴은 여러분들의 열린 공간입니다.^^행복한 시간 되세요~~~^^

<문사랑 자유 사랑방>

접속된 회원 및 총회원 목록보기

현재 0분께서 회원으로 접속해 있습니다. 0 회원가입 회원로그인
459  8/12
유금호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re] 금소예,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금소예(琴蕭隸),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유 금 호-

멧돼지 간(肝)을 화주(火酒)에 곁들여 날로 씹고 있는 소예, 당신에게서 야생동물 냄새가 납니다.

골짜기와 계곡을 뛰어 달릴 때, 당신에게서는 깊은 산 풀꽃의 체취....,한 겨울 내려 쌓인 눈밭 위, 가죽옷을 벗어 팽개친 당신 어깨를 타고 눈발들이 이슬같이 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봅니다.

불과 얼음. 사랑했던 사내 시신 앞에 꿇어앉아 손가락 끝에 불을 붙이고, 다시 기름을 발라 불을 붙이는 소지공양(燒指供養), 당신의 사랑을 나는 젊은 날부터 참 오랜 세월 지켜보았던 듯 싶습니다.
당신이 새끼손가락 끝에 불을 붙이며 꿇어앉은 동굴 밖으로 그때 쏟아져 내리던 빗줄기와 바람소리를 나는 지금도 듣고 있습니다.

高麗史節要 14券 神宗靖孝大王 元年에 기록된
<....私 萬積, 味助伊, 延福, 成福, 小三, 孝三 等 六人, 樵于北山, 招集公私奴隷, 謀曰: "國家,自庚癸以來, 朱紫多起於賤隷, 將相 寧有種乎, 時來則亦可爲也, 吾輩安能勞筋苦骨, 困於 楚之下, 諸奴皆然之 乃剪黃紙數千, 皆鈒丁字爲識, 約以甲寅, 聚興國寺....."..... 以告忠憲, 逐捕萬積等百與人, 投之江.....>

이 몇 줄로 외로운 사내, 만적(萬積)을 만나면서, 고뇌와 분노, 그의 침묵의 행간에서 나는 뜻밖에도 원시의 순수, 처연한 사랑의, 소예,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넘쳐나는 용암이고, 천년설(千年雪), 서늘한 냉기였습니다.

어차피 800여년 전, 1198년 초여름의 그 날, 바윗돌에 묶여 예성강 강바닥에 가라앉은 만적의 생애를, 그 1170년대에서 1190년대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러한 시도로 컴퓨터 앞에 앉지도 않았습니다.

신종(神宗)원년, 최충헌(崔忠獻)의 집권시절, 만적의 저항은 100여명의 수장(水葬)으로 끝난 매몰된 패배의 역사, 한 페이지일 수도 있습니다.

세밀한 계획 없는 무모한 분노와 열정이 만든 그 좌절에 대한 연민도 아닙니다..

만적의 깊은 영혼에 자리했던 그 원초적 자유에 대한 갈망, 세월과 상관없이 순치되지 않는 생명력과 조우하는 동안, 그 곁에 금소예, 당신이 있었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조건에서도 억압은 침묵과 복종으로 위장되지만, 그 자유에 대한 꿈은 지하수나 용암 같은 것이어서 깊은 곳으로 흐르고 흐르다가 한 순간 지표로 솟아오릅니다.

역사의 저편, 그 휴화산의 침묵, 보세요, 3.1운동 때도, 광주항쟁 때도 만적은 우리 곁에 살아 있었습니다.

로마의 콜로세움, 무너져 내린 돌 담 사이에서도, 몽골 초원의 보랏빛 지츠꽃 사이에서도, 치첸이사, 저물어 가는 마야문명 석주(石柱)사이에서도 나는 만적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일요일이면 가끔 찾는 가까운 작은 절, 선법사(善法寺), 석간수 곁, 보물 981호의 1,000년 넘은 마애불(磨崖佛) 곁에서도 나는 만적의 냄새를 맡았으니까요.

만적이 우리 곁에 살아 있듯, 불임과 거세의 시대, 사막화되어 가는 우리 가슴 한 쪽, 손가락 끝에 불을 붙이는 소예, 당신의 원시적 생명력은 꿈인 듯 살아 있습니다.

역사의 기록에 토를 달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은 것이 아닙니다.


공상적 무협의 소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생각 역시 없습니다.

몇 줄, 역사의 그 행간, 순치되지 않는 영혼에 대해서, 소예 당신의 그 야생의 순수한 체취를 이 불모의 세월 속에 잠시 공유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금소예(琴蕭隸), 우리가 만적을 만나는 동안 당신 역시 우리 곁에 머물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산 짐승으로, 풀꽃으로, 얼음과 불꽃으로 당신이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을 믿습니다.





교수님! 가슴이 찡한 메시지입니다.
교수님으로 인해 만적의 영혼은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지 않았을런지요. 또한 금소예의 아픔 또한 치유되지 않았을런지요...
역시 저의 은사님은 멋쟁이~~~^^

  2004/09/19


번호별로 보기
Category 제목별로 보기 이름별로 보기 날짜별로 보기 조회별로 보기
179 일반
 시월의 첫날 [1]

하얀나라
2004/10/01 1716
178 일반
 원시 [3]

하얀나라
2004/09/28 1711
177 기쁨
 문사랑님! 祝賀드립니다! [1]

꽃사랑
2004/09/26 1792
176 일반
 풍요로운 추석, 풍성한 마음 함께하세요 [2]

하늘위로
2004/09/25 1757
175 일반
 미리인사드립니다 [1]

하얀나라
2004/09/24 1709
174 일반
 시간에 대한 단상 [2]

하얀나라
2004/09/22 1752
173 기쁨
 유금호님의 만적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

2004/09/16 1419
기쁨
   [re] 금소예,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1]

유금호
2004/09/19 1977
171 기쁨
     [re] 조선일보 2004.9.25 기사 [1]

조선일보
2004/09/24 1719
170 일반
 흑... [2]

하얀나라
2004/09/16 1748
169 일반
 내 마음 속의 책 한권 [1]

유금호
2004/09/11 1855
168 일반
 ^)^ [2]

하얀나라
2004/09/03 1699
167 쫑알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 [1]

2004/09/02 1796
166 일반
 그게 아니라요... [2]

하얀나라
2004/08/31 1711
165 기쁨
 MBC 새 주말드라마"한강수 타령"- 극본 김정수 [2]

2004/08/26 2195
164 일반
 이재홍 교수님 게임시나리오작법론 출간 축하합니다. [1]

경병표
2004/08/25 1869
163 일반
 눈이 부시게... [2]

하얀나라
2004/08/24 1912
162 일반
 마음의 꽃다발 한 아름을..^^ [3]

맑은새미
2004/08/22 1655
161 일반
 태풍이 온다네요 [2]

하얀나라
2004/08/18 1760
160 일반
 요즘.. [2]

하얀나라
2004/08/12 1595
159 일반
 아름다운 구속? [2]

하얀나라
2004/08/06 1729
158 일반
 무도회의 권유 [2]

하얀나라
2004/08/03 1712
157 일반
 더우시죠? [2]

하얀나라
2004/07/26 1648
156 일반
 1학기때 처음쓴 단편소설입니다. [1]

이태양
2004/07/26 1823
155 일반
 화수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2]

꽃사랑
2004/07/21 1954
154 일반
 더우시죠? [2]

하얀나라
2004/07/19 1591
153 일반
 어주구리(漁走九里).. [1]

꽃사랑
2004/07/15 1769
152 행복
 해바라기 닮은 너 [2]

꽃사랑
2004/07/14 2447
151 일반
 ^)^ [2]

하얀나라
2004/07/12 1718
150 일반
 알래스카 통신 하나 [2]

유금호
2004/07/10 1663
149 일반
 저기... [1]

하얀나라
2004/06/25 1612
148 슬픔
 ▶◀ [謹弔] 故 김선일님의 명복을 빕니다

2004/06/23 2103
147 일반
 행복하시기를... [1]

초롱
2004/06/22 1569
146 일반
 맛 보셔요. [1]

초롱
2004/06/20 1529
145 일반
 문사랑님 깨워 보자. [1]

초롱
2004/06/18 1534
144 일반
 ^)^ [1]

하얀나라
2004/06/15 1592
143 일반
 무지개 [2]

하얀나라
2004/06/10 1574
142 일반
 오랜만에... [1]

초롱
2004/06/09 1436
141 일반
 .. [2]

하얀나라
2004/06/06 1566
140 일반
 행복한 유월 열어가세요 [1]

하얀나라
2004/06/01 1746
[1][2][3][4][5][6][7] 8 [9][10]..[12] [next]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신의키스
아름다운 사람들의 공간. 문사랑...


 

Copyright(c) 2002 munsarang.com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