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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금호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내 마음 속의 책 한권

p>'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
                        
-내 마음 속 책 한 권

                  

다니엘 데포가 쓴 '로빈슨 크루소'의 가슴 졸이고 신나는 모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난파된 배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밀려간 한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겪어 가는 생존을 위한 모험과 고독한 인간으로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주인공에 대치시켜가면서 수많은 공상을 제공해왔다.

소년기에 몇 번씩은 상상해보던 황당한 이 꿈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삶이 건조하고, 권태로워지는 그런 때, 유년에 대한 그리움과 나란히 가끔 떠올라 온다.

나이 들어가면서, 감동적인 일보다 권태가, 성취보다는 좌절과 허무감이 늘어갈 때, '로빈슨 크루소'는 우리들을 대신해서 열대의 수림과 앵무새와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공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잠시 원시적 모험을 꿈꾸게 하지 않던가.

나는 소년시절을 남쪽 작은 포구에서 자라, 늘 바다 저편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 그 생각을 자주 했던 듯 싶다.

과수원을 했던 우리 집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바다 위로 작은 배들이 떠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서 '로빈슨 크루소'적 공상을 또래의 친구들보다는 더 많이 해 왔을 것이다.

그 철없던 공상의 편린들이 결국 소설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삶에서 '로빈슨 크루소'적인 상상력의 비중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몇 해전, 프랑스의 대표적 소설가의 한 사람인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리디, 혹은 태평양의 끝'이라는 소설을 발견해내고는 사뭇 전율이 일었다.

소년시절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가 새로운 모습으로 어른이 된 내게 다시 다가와서 훨씬 진지하게 나를 흔들어 온 것이다.

43세의 한국기준으로는 꽤 늦게 문단에 나간 철학 전공의 이 작가가 1965년에 발표, 출간 즉시 '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받아 프랑스 문단에 충격을 주면서, 그를 일약 일류소설가로 자리를 굳혀준 이 소설은 잘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가 그대로 뼈대가 되어 있다.

말하자면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가 소년용이라면. 이 '방드르디....'는 성인용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는 이 작가의 배짱도 배짱이지만 똑같은 주인공과 배경의 소설이면서 전혀 새로운 이 소설로 그토록 내게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유년시절부터 내 마음속에 깊이 똬리를 틀고 있던 '로빈슨 크로스'에 대한 일종의 그리움과 꿈을 다시 일깨워 준 까닭도 있었으리라.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은 '다니엘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똑같이 난파된 배에서 무인도에 밀려 온 '로빈슨'과 검둥이 청년 '방드르디(프라이디=金曜日)'의 야생적 삶과 모험의 이야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포'의 주인공들이 '투르니에'의 세계 속에서는 그 역할이 뒤바뀌어지는 것이다.

역할의 바뀜만이 아니라, 작품의 의도도 '데포'가 독자들과 함께 문명으로 나아가는 길에 동참시키고 있다면, '투르니에'는 반대로 철저하게 원시적 자연으로 독자를 안내함으로 해서 마음의 평화를 준다.  

'데포'는 원래 '무인도에 표류한 인간이 어떻게 살게될까'라는 질문에, 삶의 방식과 질서를 재구성해 가는 과정을 축약시켜 보여주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선사시대 인류가 밟아온 궤적을 밟으면서, 문명을 개척해 가는 과정에 독자들을 동참시켜 흐뭇한 포만감을 준다.

식물 씨앗을 심고, 가꾸고, 짐승을 사육하고, 주거를 관리해 가는 과정 속에서 검둥이 '프라이데이'가 출현하고, '로빈슨'이 그를 노예로 삼는 일련의 과정이 그 동안의 기존 인류 역사의 축약이다.

그런데 이 부분부터 '투르니에'의 새로운 모색이 시작된다.

주인 몰래 '방드르디'가 담배를 태우다 화약통에 불이 붙으면서, 그 동안 '로빈슨 크루소'가 복구해갔던 문명적 질서가 복구 불능 상태로 파괴되고, 문명과 원시가 자리바꿈을 하는 것이다.

이 순간, '데포'식의 문화놀이가 끝나고, 새로운 '투르니에' 세계 탐구가 시작되는 셈이다. 섬의 새로운 주도권이 '방드르디'로 바뀌면서, '로빈슨'의 본질이 탈바꿈되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적응하고 또 낙오되지 않기 위해, 꿈의 부분들은 접고, 희생하면서 애써 쌓아올려 온 현실적 가치에 갑자기 회의가 오는 순간을 더러 경험한다.

기존의 가치와 관습, 조직에 적응하느라고 빼앗겼던 열정에 허무감이 오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 모든 것, 훌훌 털고 깊은 산사(山寺)나, 무인도 같은 곳에 혼자 있고 싶은 그런 충동을 겪은 사람이라면 이 '투르니에'의 새로운 '로빈슨'에 공감할 것이다.

'새로운 로빈슨이 그의 낡은 살갗 속에서 꿈틀대면서 이 관리된 섬이 붕괴되는 것을 방치한 채, 무책임한 인도자를 따라 낯선 길에 들어서는 것을 동의하고 있었다.'

상당히 긴 시간 노력 끝에 이루어가던 문명화의 희망이 회복될 길 없이 파괴된 후 '로빈슨'의 새로운 가치체계에 대한 개안의 순간이다.

거대한 숫염소 '앙도와로'와 '방드르디'의 피나는 사투, 그리고 죽인 짐승의 뼈와 가죽으로 '방드르디'가 보여주는 신기한 유희...죽은 짐승, '앙도와르'가 바람과 태양이라는 원소의 세계로 환원되고 있다는 인식, 그 상징 속에 '방드르디'가 죽인 것이 바로 '로빈슨' 자신이라는 깨달음...그래서 이제 '로빈슨'은 '앙도와르'처럼 원소의 세계로 돌아가 원시상태로 환원하여 대자연의 심장부에서 원초적 고독으로 통일되어 간다.

이 중대한 변신은 교사적 임무를 끝낸 '방드르디'가 섬에 기착한 '화이트 버드호'를 타고 떠나고, 대신 남은 어린 수부와 함께 '로빈슨'이 섬에 남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이 예정된다.

광기를 통한 긴 여행은 마침내 그를 '삶의 변경, 하늘과 지옥 중간에 떠 있는 어떤 장소로 인도해준 것이다,

'로빈슨' 모험의 핵심인 야만과 문명 사이의 갈등은 우주를 구성하는 제 요소 들간의 자유로운 관계를 반영하는 질서를 수용함으로써 해소된다.

역설적이게도 조직성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고, 무질서는 문화에서 오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야생상태로 되돌아간 염소들은 더 이상 인간들의 사육으로 인해 강요받았던 무질서 속에서 살지 않게 되었다. 짐승들은 가장 힘세고 가장 현명한 숫염소들이 거느리는 계통이 확실한 떼로 무리를 지었다.'

'로빈슨'의 모험은 문화를 초월하여 완전성, 즉 원시적 질서를 찾아가는 가장 야심만만한 모험 바로 그것이다.

이 순수하고 추상적 테마를 가장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통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한 걸음, 한 걸음, 설득시키는 능력- 그것이 바로 '투르니에'이다.

이 소설은 형식상으로도 단순한 구조가 아닌 객관적 서술과 지극히 주관적이고 철학적 명상이 교차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들에게서 유년의 추억을 끄집어 내어주고,  현대를 살아가면서 꿈꾸는 저 원시의 향수를 일깨우는 기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교수님! 1년이라는 자유로운 휴식이 끝나시고 다시 학교로 복귀하신 느낌은 어떠하신지요? 짧은 방학만 보내고서 학생들을 대해도 신선한 느낌이 가끔 드는데... 그 동안 충전된 교수님만의 정열적인 강의가 이곳에서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교수님의 마음 속의 책은 제 가슴 속에도 저파되고 있습니다. 제 제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교수님! 건강 조심하십시오.

  200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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