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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님의 새해 인사입니다.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or - Seiji Ozawa



'어울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이맘 때 쯤이면 마음의 무거운 근심을 덜어내고
그간에 미안한 일, 불편한 일 다 떨어버리고
"고맙습니다, 그대가 나였음을 고백합니다."
란 몇 마디 불씨처럼 품고 새날을 맞이해야겠지요.

지난 해에 이루지 못한 것에 얽매이지 마시고
지난 날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억지로 잡으려 애쓰지 마시고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다짐에 숙연해지는
새날의 마음을 가짐으로 처음 발길을 가볍게 하시길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나'를 위하여 참 많이도 그러모았습니다.
그런 중에 누굴 생각하지도 못하고 부끄러움도 없이 지냈습니다.

그래서 '덜어내는 밤'이라는 제야(除夜-그믐)를 침묵하며 보냅니다.
이제는 알게 모르게 죄짓는 일 없이
다른 이들이 나로 인하여 기쁨이 샘솟는 한 해가 되게 해 달라고
떼를 쓰뜻, 손바닥 펴서 마주하고 빌어 봅니다.

올 해라는 것도 전에 그랬듯이 새날입니다.
날마다 새날인 줄 잊는 것이 일상이라서 내 길도 놓치고 살지만,
가끔은 벌레에게도 말을 걸고 꽃잎의 노래도 들어보고
열매의 흔들림없는 춤도 함께 하면서 지내야겠습니다.

어떤 날은 설설 끓기도 하고 어느 날은 살살 비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일이 솔솔 풀리고 또 어떤 날은 즐거움이 술술 일기도 하겟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은 몸시 외롭고 쓸쓸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시간과 공간의 흐름과 있음도 잊겠지요.
어떤 날이건 간에 우리가 함께 길을 손 잡고 간다는 걸 잊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함께 산다는 건, 내가 가질 거 조금씩 나누는 거겠지요.
더불어 누린다는 건, 남의 기쁨을 같이 한다는 거겟지요.
알고 보면, 짧은 생애의 간절한 이 순간을 높이지 않고 사는 적 많으니,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고 용서하고 존중하는 나날이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이 아름다운 날에,
눈빛 만으로도 수 천 개의 촛불처럼 빛나
어둠을 쓸어내고 아픔을 어루만지는 평생이기를 바랍니다.
사랑 만으로도 짧은 생애를 함부로 보내지 않는 날이었으면 합니다.

내가 있고 가족이 있고 벗이 있고 이웃이 있고 겨레가 있고 자연이 있음을 감사하며
설을 맞이하는 맑은 얼로 태양처럼 빛나시고 달빛처럼 은은하게 어둠을 꺼안으시며
삶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시기를 두 손 포개어 빕니다.
얼몸과 살몸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고 고마워하는 새날이시기를 빕니다.


기축년 그믐 즈음에 섬동 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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