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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여행기3]PASCUA 혹은 RAPA NUI-유금호

파스쿠아 혹은 라파누이

태평양 남단에 대륙과 동떨어진 섬, 이스터(Easter) 아일랜드. 그 섬 해안, 정체모를 불가사의의 거대한 석상들.


해안을 등지고 서 있는 14개의 모아이

누가 언제 왜 그 황량한 해안에 거대한 석상들을 수백 개나 세웠을까,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은 오랫동안의 그 열망으로 떠나온 여행이었다.
도쿄까지 3시간, 타히티까지 12시간, 다시 5시간 밤 비행의 여정은 그러나 몹시 피곤했다.
그것도 밤 12시가 지난 시간의 타히티 출발의 비행기 시간.

타히티 출국장의 엉뚱한 경험 두 가지.
출국수속을 끝내고 대기실에 들어서자 대기실 한 쪽 지붕이 휑하게 뚫려 반달이 휘영청 떠 있었던 것이다. 건물 절반의 지붕이 개방. 하늘이 보였고 그 쪽에서는 담배를 자유롭게 태울 수 있어 그것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출국 게이트 표시 어디에도 ‘Easter Island'의 표지가 없었던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모두 내 질문의 뜻을 모르는 표정. 다행히 저쪽에서 한 중년 부인이 지금 떠나는 비행기가 맞다는 것이었다.
출구게이트 표시등에 불이 들어왔지만 목적지는 'Santiago' 그리고 그 아래쪽에 ‘Isla de Pascua’라는 표시가 나왔다.
마침 담뱃불을 빌리던 백인 중년 남자가 ‘이스터 섬’은 영어 이름이어서 이곳 사람들은 ‘파수쿠아’라고 부른다고 했다. 자기는 미국인이지만 이태리 시칠리아 출신이라고 떠벌렸다. 그때야 나도 안심이 되어 시칠리아 출신이면 ‘마피아’ 가족이냐고 웃었더니, 나를 일본 사람으로 알았던지 자기가 ‘마피아’면 나보고 ‘야쿠자’냐고 낄낄 거렸다.

그래서 드디어 Easter Island. 칠레식 이름은 Isla de Pascua, 원주민 이름으로는 ‘큰 섬’이라는 뜻의 ‘Rapa Nui’로의 어둠 속 5시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섬, 이스터 섬의 위치

칠레에서 서쪽으로 3,600km. 가장 가까운 섬까지 2092km, 세상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고립된 안면도 크기의 163km제곱 넓이의 작은 섬에 발을 딛게 되었다.

해안의 ‘항가로아’ 마을에만 3600여명 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섬의 다른 지역은 미지의 행성 풍경처럼 화산 석 자갈로 뒤덮인 황량한 벌판 위로 바람만 지나가고 있었다.
400년 경 마르키즈 제도에서 건너 온 ‘폴리네시안’인 들이 처음 정착, 외부세계와 완전 단절된 고립 공간에서 인구가 팽창해가면서 자원이 고갈되어 서로 싸우고 죽이는 분쟁의 과정을 거쳐 1722년 네덜란드의 제독 ‘야코브 로헤벤’이 부활절 날(Easter day) 이 섬에 상륙, 서방세계에 처음 알려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섬의 이름이 영어식으로 ‘이스터 섬’이 되었지만 원주민들은 여전히 ‘RAPA NUI', 그 후  1888년 칠레에 합병되면서 ’이스터‘의 스페인 식 이름의 ‘Pascua’.

인구 팽창으로 환경상태가 악화되고. 주민들의 분쟁이 겹친데다, 1862-63년의 페루의 노예사냥이 시작되면서 그때까지 없었던 천연두, 결핵 등이 들어와 한때 섬의 인구가 불과 111명까지 줄어들기도 했다고 한다.
외부인들이 이 땅에 발을 딛지 않았다면, 비인륜적 노예사냥이 없었다면, 외부에서 전염병이 유입되지 않았다면 원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후’라고 부르는 돌로 쌓은 석좌가 섬 전체에 260여 곳.
해안을 따라 ‘아후’가 축조되어 있고 석좌 위에 긴 귀에 뚫려있는 코를 가진 1-30m에 이르는 석상들이 늘어 서 있다.


한때 이 석상들을 우주인이 만들었다는 둥, 학설들도 있었지만 이 석상들이 분화구의 한 곳인 ‘라노라라크’ 산정의 부드러운 응회암 돌로 축조되어 조심스럽게 해안으로 옮겨 세워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산정에는 만들다 둔 ‘모아이’들의 형체가 남아있기도 했고, 옮기는 과정에서 목이 부러지거나, 파손되어 버린 것으로 보이는 ‘모아이’들의 형해가 눈에 많이 띄었다.
‘모아이’에 대한 여러 학설이 있었지만 마을과 부족의 수호신으로의 기능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또한 떠난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성스러운 장소로의 개념도 곁들여 진 것으로 보인다.
이 석상들은 1200-1500년경에 축조되었고 당시에는 섬의 인구가 7,000-20,000명 정도 되었을 것이라고 가정되고 있다.
좁은 지역에서의 인구 팽창과 적대감과 분쟁이 서로 상대 쪽 석상의 목을 부러뜨리고 쓰러뜨려 파괴해서 현재 남아있는 887개의 모아이들 중에도 부서지거나 흩어져 있는 것이 많은 걸 관찰할 수 있다.



누워있는 모아이

고립된 특정지역에서 자신들 이외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붕괴 파멸에 이르는 한 사례로 인류학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땅이기도 하다.


소설가 유금호님의 남태평양의 여행기를 여기에 옮겨 둡니다.
출처: http://www.yookeumho.com/bullet.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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