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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re] 정년퇴임을 하신 후의 한 말씀...

 
과분한 사랑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br>연구실을 떠나면서
3월 7일 오후.

그날 학교를 빠져나오는 자동차 유리창에 쌓이고 휘몰아치는 눈발에 시야가 흐려져서 차의
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시야가 흐려 왔던 건 눈발 탓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3월 달 꽃샘추위는 더러 있는 일이지만 학교를 빠져나오던 그 시간 왜 그렇게 눈발이 변덕을 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21년의 세월.
목포대학교에서 머물었던 시간들은 행복했고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나간 시간들에는 도무지 부피가 없고 원근법도 없습니다.
10년 전인지 2,3년 전인지, 지난해의 어느 날이었는지 그런 것들이 전혀 구별되지 않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그냥 고스라니 강바닥에 사금(砂金)으로 남아 있습니다.

3월 7일.
교문을 들어서면서 ‘퇴임식장 안내표지’들을 보면서 이게 아닌데, 아닌데 중얼거리다가 ‘교수회관’ 입구의 커다란 현수막에다 다시 3층 대회의실 정면의 커다란 현수막 앞에서 도무지 몸 둘 바가 없었습니다.
공식행사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여러 번 학교에 말씀드렸고, 3월이면 선생님들이 학교에 나오시니까 그날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과 잠깐 점심이나 같이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그날 학교를 찾았습니다. 혹시 자리가 커진다고 해도 강의실이나 세미나실에 둘러 앉아 이야기나 나누다 일어서리라 생각했는데, 교수회관의 ‘대회의실’에다 더구나 단상의 자리라니요. 쑥스러웠고 민망했던 자리였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학교에 머무는 동안에도 동료 교수들에게서 학생들에게서 늘 과분한 배려와 사랑을 받았는데 법적으로 이미 퇴임을 한 내게 보내주신 과분한 정에 대해 남은 여생동안 가슴에 에너지로 담아 두겠습니다.
과분하게 ‘정년기념 문집’에다가 소설가 제자들의 공동소설집, 그것도 모자라 ‘종신명예교수’추대라니요.
공식행사를 안 한다고 여러 번 알렸는데도 직장 일을 접어두고 찾아와 준 졸업생 제자들, 먼 길을 새벽차로 내려 와 얼굴 한 번 보고 되돌아간 후배와 제자들 어떻게 내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건강도 안 좋으신 김웅배 전 총장님, 너무 야윈 모습에 옛날 함께 ‘난’을 캔다고 건강하게 산골짜기를 헤매던 생각이 떠올라 그날 저녁 모임에서는 그만 목에 메었습니다.
새벽 세시가 넘었는데도 헤어지지 못하고 술잔을 권하시던 동료 선생님들, 내가 어떻게 그 깊은 정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글쓰기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선생’노릇한다는 변명으로 게으름 피웠던 또 하나의 내 길을 이제 참으로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그것이 그 간 베풀어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제자들에 대한 보답이 되리라는 것을 압니다.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내 스스로 쓰고 싶은 작품들을 쓰겠습니다,

그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제 안녕히 계십시오.


교수님!

저에게 문학 혼을 담아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날까지 제 꿈을 지켜 보아 주셔서 감사드리고,
제가 가장 손꼽는 스승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제 새로은 인생출발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멋지게 학자의 길을 마무리 하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자유의 시간을 멋지게 장식해 나가시길 빕니다.

  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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